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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숨은 비경, 백담계곡과 수렴동계곡

by jbparkbill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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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의 명산 설악산. 보통 케이블카나 울산바위처럼 웅장하고 남성적인 외설악을 떠올리지만, 설악산의 진짜 속살은 내설악의 깊은 계곡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 글은 만해 한용운의 자취가 깃든 백담사에서 시작하여, 100개의 담(潭)이 있다는 백담계곡과 그 상류인 수렴동계곡으로 이어지는, 내설악의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를 소개합니다. 왕복 4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지만,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을 따라 수정처럼 맑은 계곡과 원시림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누구나 쉽게 설악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남성다운 웅장함을 내보이는 계곡

내설악의 속살을 걷다, 대한민국 계곡의 정수

설악산(雪嶽山)은 크게 동해를 바라보는 외설악(外雪嶽)과, 그 반대편의 내륙을 향한 내설악(內雪嶽)으로 나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권금성이나, 아찔한 철계단을 올라야 하는 울산바위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바위산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외설악이라면, 내설악은 깊고 부드러운 숲과 맑은 계곡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품 같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설악의 아름다움을 가장 온전히, 그리고 가장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 바로 백담계곡과 수렴동계곡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이 길은 단순히 아름다운 계곡길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 침묵'을 집필하며 조국 독립의 의지를 다졌던 백담사가 그 시작점에 있고,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대사에서는 한 대통령의 유배지로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깊은 역사와 빼어난 자연이 함께 흐르는 곳. 백담계곡 트레킹은 단순히 걷는 행위를 넘어, 설악산의 가장 깊은 속살과 정신을 만나러 가는 순례의 길과도 같습니다.

 

백담사에서 수렴동까지, 물과 숲의 파노라마

백담계곡 트레킹은 용대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백담사까지는 약 7km,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남짓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야만 비로소 여정의 진짜 출발점에 설 수 있습니다. 1. 여정의 시작, 백담사(百潭寺)
내설악의 중심에 고즈넉이 자리한 백담사는, 이름 그대로 절까지 이르는 길에 맑은 담(潭, 깊은 소)이 100개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만해 한용운의 기념관을 잠시 둘러보거나, 백담사를 감싸고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담그며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 끝없이 이어지는 맑은 물, 백담계곡
백담사에서 영시암을 거쳐 수렴동 대피소에 이르는 약 6.5km의 길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전 구간이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흙길과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워,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걸으며 내설악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길은 시종일관 백담계곡을 바로 옆에 끼고 이어지는데, 그 물빛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맑고 투명합니다. 하얀 화강암 위를 흐르는 옥빛 물결과, 그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 떼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3. 내설악의 심장부, 수렴동계곡
백담계곡 트레킹 코스의 중간 쉼터인 영시암을 지나면, 계곡은 '수렴동(水簾洞) 계곡'이라는 이름으로 바뀝니다. 발을 드리운 듯 아름답다는 뜻처럼, 더욱 깊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부터는 설악산의 봉우리들이 더욱 가깝게 보이기 시작하며, 길은 조금 더 좁아지고 숲은 더욱 울창해져, 내설악의 심장부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트레킹 코스의 종점인 수렴동 대피소 근처에 이르면, 여러 계곡이 합류하며 만들어내는 넓고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흐르는 땀을 식히는 시간은, 트레킹의 가장 큰 보상입니다.

 

설악이 허락한 가장 아름다운 길

설악산 백담계곡-수렴동계곡 트레킹은 정상을 정복하는 치열한 등반이 아닙니다. 대신, 왕복 4~5시간 동안 오롯이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명상적인 길’에 가깝습니다. 왜 만해 선생이 이곳에서 '님의 침묵'이라는 위대한 시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 길을 걷다 보면 어렴풋이 짐작하게 됩니다. 세속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맑은 물소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과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이 품고 있는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자연을 왜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설악산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이 길을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설악이 허락한 이 아름다운 길 위에서, 당신은 분명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위로와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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