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에서 수영과 관광 외에 뭔가 특별한 경험을 찾고 계신가요? 특히 아이가 낯을 가리거나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쿠킹 클래스'가 의외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저희 가족이 직접 체험한 우붓의 한 쿠킹 클래스에 대한 생생한 후기입니다. 시끌벅적한 현지 시장 탐험부터, 서툰 손으로 향신료를 빻고 음식을 만들며,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기까지. 이 반나절의 경험이 어떻게 낯가림 심했던 아이의 마음을 열고, '내가 만든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편식을 극복하게 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담았습니다.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아이의 자신감과 사회성을 길러준 최고의 가족 액티비티, 발리 쿠킹 클래스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요리'를 넘어 '교감'을 배우다, 우리 가족의 우붓 쿠킹 클래스 이야기
이번 발리 가족 여행을 계획하며, 제게는 한 가지 작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저희 아이는 유난히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음식에 대해서는 일단 고개부터 젓고 보는 '프로 편 식러'였기 때문입니다. 매일 수영장에서 놀고,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는 여행이 아이에게 과연 어떤 의미로 남을까? 아이가 조금 더 현지와 깊이 교감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가족 쿠킹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아이가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방해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 그리고 '네가 직접 만든 거라면 한번 먹어보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안고 우붓의 한 쿠킹 클래스에 예약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반나절의 경험은 이번 여행 최고의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서툰 손으로 향신료를 빻고, 낯선 외국인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생전 처음 보는 채소를 제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쿠킹 클래스는 단순히 인도네시아 음식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낯선 식재료와 마주하며 편견의 벽을 허무는 용기를 배우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땀 흘리며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서툰 언어로 마음을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살아있는 사회성 교육의 현장이었습니다. 이 글은 저희 가족이 직접 겪은, 마법 같았던 그 하루에 대한 생생한 기록입니다.
시장 탐험부터 맛있는 점심까지, 생생했던 하루의 기록
저희가 참여한 쿠킹 클래스는 우붓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곳으로, 아침 일찍 현지 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1. 오감으로 만나는 진짜 발리, 아침 시장 탐험
셰프님의 인솔 아래 도착한 아침 시장은 그야말로 활기 그 자체였습니다. 형형색색의 열대 과일과 채소, 난생 처음 보는 향신료들, 분주하게 오가는 상인들의 목소리.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며 제 뒤에만 숨어 있던 아이도, 셰프님이 강황(터메릭)을 갈아 노란색 물을 보여주고, 레몬그라스의 향을 맡게 해 주자 조금씩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셰프님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각 재료의 이름을 알려주고, 이게 어떤 음식에 들어가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이는 용기를 내어 뱀 껍질과 닮은 살락(Salak) 과일을 만져보기도 하고, 코코넛을 즉석에서 갈아주는 모습에 넋을 잃고 빠져들었습니다. 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장소가 아닌,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이었습니다.
2. 꼬마 요리사의 탄생, 좌충우돌 쿠킹 타임
계단식 논이 보이는 아름다운 오픈 키친에 도착하자, 아이의 이름이 적힌 작은 앞치마와 요리사 모자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기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들떠 보였습니다. 그날 저희가 만든 메뉴는 사테 리릿(Sate Lilit, 다진 고기 꼬치), 나시고렝, 그리고 코코넛 밀크를 이용한 디저트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가 직접 절구(Mortar and pestle)에 각종 향신료를 넣고 빻아 '삼발(Sambal)' 소스의 베이스를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빠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재료를 으깨고 섞는 과정에 완전히 몰입했습니다. 닭고기를 꼬치에 꿰는 작업은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활동이었습니다. 셰프님과 보조 스태프들은 아이가 작은 실수를 해도 끊임없이 "Good job!", "Amazing!"을 외치며 격려해 주었고, 그 칭찬에 아이의 어깨는 점점 으쓱해졌습니다.
3.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 함께 나누는 즐거움
모든 요리가 끝나고, 저희를 포함한 네 팀의 가족들은 커다란 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았습니다. 독일, 호주, 그리고 저희 한국 가족까지. 국적은 달랐지만, '우리가 함께 만든 요리'라는 공통점이 어색함을 녹였습니다. 그리고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사테 리릿'을, 아이가 "이거 내가 만든 거야!"라고 외치며 한입 베어 문 것입니다.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습니다. "와, 맛있다!" 그 순간의 감동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편식이라는 높은 벽을 단번에 허물어버린 것입니다. 아이는 옆자리의 외국인 형에게 자기가 만든 꼬치를 건네기도 하며, 어느새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발리 쿠킹 클래스가 우리 가족에게 남긴 것
돌이켜보면, 발리 쿠킹 클래스는 단순한 '체험형 액티비티'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성공의 경험'을 통한 자신감을, 저희 부부에게는 아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요리'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모든 과정은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완벽한 커리큘럼이었습니다. 아이는 시장에서 상인에게 수줍게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고, 요리를 하며 다른 사람의 순서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길렀으며, 식사를 나누며 자신의 것을 베푸는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아이는 종종 "발리에서 만들었던 꼬치 또 해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주방에서 저를 돕겠다며 채소를 씻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날의 경험이 아이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긍정의 씨앗을 심었는지 실감합니다. 혹시 아이와 함께하는 발리 여행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고 계신다면, 주저 없이 쿠킹 클래스의 문을 두드려 보시길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아이의 성장을 눈에 담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레시피'가 바로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